

펜 드로잉은 펜이라는 도구 하나로 그림을 완성시키는 스타일이다 보니 표현에 제약이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제약이 '색의 표현', 그리고 '명암(밝기)의 표현'이다. 사실 색과 명암(밝기)은 펜 드로잉에서 같은 개념으로 보셔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실제로 색이 있는 상태로 대상들을 바라보지만 그 대상을 흑백 사진으로 찍었을 때는 흑백의 밝고 어두움으로만 표현이 된다. 그 흑백의 상태를 펜 드로잉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가장 어두운 부분은 펜으로 가득 채워서 표현하게 될 테고 가장 밝은 부분은 하얀 종이의 밝기로 남길 것이다. 애매한 것은 그 중간 밝기. 쉽게 말해 회색의 영역이 될 것이다. 색을 사용하지 않는 펜 드로잉에서 회색은 사실 표현할 수 없는 밝기이다. 그래서 회색의 부분은 펜 드로잉에서 선택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옆에 밝은 부분이 있다면 회색 부분은 검은색으로 채워 어둡게 표현하고 혹은 옆에 이미 검은색으로 채워져 있다면 밝게 표현하는 식으로, 밝고 어둠의 대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배치를 하는 것이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흰색)(검정)(흰색)(검정)
이런 식으로 대비의 차이를 주려고 하며, 그렇게 표현이 안 되는 부분은 선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 경계 부분을 꼭 선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구분이 되는 지점들이 생기는데 그럴 경우에는 선을 그리지 않는다. 그게 펜 드로잉에서는 선만으로 표현하는 그림보다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이 든다.
컬러사진을 두고 펜 드로잉을 하려면 색의 표현을 배제하고 쓱쓱 그려나가기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흑백 사진을 두고 그림을 그린다면 명암의 표현만 고려하면 되고, 회색의 부분을 선택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보다 확실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