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 '만화 보고 따라 그리기'를 좋아했다. 다양한 만화를 보는 편은 아니었고 그저 한 만화의 그림체에 빠지면 그것만 주야장천 따라 그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내가 내 인생에서 첫 번째로 따라 그렸던 만화책이 바로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따라 그렸는데 노트 몇 권을 다 소진할 정도로 따라 그렸다.
몇 달 전 그 기억이 되살아나서 한번 그려볼까? 하는 마음으로 펜을 들게 되었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지금의 블로그까지 만들어서 하나씩 그림을 올리게 될 줄이야.
최근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드로잉 작가는 '설동주' 작가이다. 둥글둥글하고 친숙한 선을 자유자재로 그려내는 그의 드로잉 작품들을 보는 것이 재밌었다. 그의 그림이 너무 끌려서 그의 저서인 '을지로 수집'도 냉큼 사버리고 말았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을지로의 모습을 그대로 녹여내는 그의 글도 읽기 편하고 재밌었다. 그리고는 혼자 신이 나서 책에 나와있는 이미지들을 하나씩 그려보기 시작했다. 사물, 건물, 온갖 지형지물들이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나는 사람을 그리는 것이 좀 더 재밌어서 사람 캐릭터만 골라서 그려봤다.
아마도 먼 나라 이웃나라의 그림체랑 비슷한 면이 있어서 설동주 작가의 그림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특히 검은색과 흰색만 가지고 입체적인 모습을 표현해내는 그의 드로잉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사물이나 사진을 보고 드로잉을 하다가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막막해질 때면 '을지로 수집'을 뒤적거린다. 어떻게 명암 표현을 해야 하는지, 질감 표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보고 따라 그려본다. 따라 그려볼 수 있는 멋진 작가들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마음껏 그들의 그림을 따라 그려보고 배우면서 나만의 그림체를 완성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