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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물관/색연필과 물감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 속 애틋함

by 랩배틀 2023. 6. 13.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를 봤다.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을 만든 수작임은 분명했다. 이 드라마는 한 번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느낀 몇 안 되는 내 최애 드라마들 중 하나가 되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 장면을 한동안 내 안에 가둬버리고 싶을 만큼 가슴에 와닿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애틋해'였다. 드라마 1화에서부터 나온 대사. 계속 기억하고 싶은 그 장면을 이번에 색연필로 그렸다.

 

주인공 준하(남주혁)와 혜자(한지민)

 

난 내가 애틋하고 너도 너무 애틋해

 

애틋해

'애틋하다'는 단어를 이번에 정확하게 알았는데, 이는 2가지 마음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과 정답고 알뜰한 마음.

주인공 혜자는 아나운서라는 꿈을 꾸지만 자신의 재능과 노력이 형편없음을 알고있다. 꿈꾸는 대로 이뤄지길 바라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않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술에 취한 채 툭툭 말해낸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그녀의 무거운 마음이 묻어 나온다. 혜자는 준하의 이야기를 쭉 듣더니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그쪽은 진짜 열심히 살았네요.

나는 자신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처음 몇 번 빼고는 방송국에 지원서 낸 적도 없다?

몇 번 떨어지고 나니까 내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더라구요.

면접 볼 때도 면접관이 나한테도 물어보지만

이게 예의로 묻는 건지 아닌지 알겠어.

될 만한 애한테는 일단 웃어요.

걔가 뭔 얘길 하는 진 중요하지 않아요

근데 난 내가 봐도 그 정돈 아냐.

좀 후져."

 

"근데 그걸 인정하기가 힘들어. 왜?

난 내가 애틋하거든.

나라는 애가 좀 잘 됐으면 좋겠는데..

또 애가 좀 후져."

 

"이게 아닌 건 확실히 알겠는데 이걸 버릴 용기는 또 없는 거야.

이걸 버리면 또 다른 꿈을 찾아야 하는데

 그 꿈도 못 이룰까 봐 겁나."

 

될 만한 애, 그리고 후진 나.

내가 봐도 나는 뒤쳐진 것 같지만 그래도 난 내가 애틋하다는 이 말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가진 것을 버릴 용기도 없고 도전할 용기는 더더욱 없지만 내 자신이 안쓰럽고, 안타깝고, 잘 됐으면 좋겠고, 그리고 정답다. 그런 그녀가 뒤이어 말한 준하의 인생 스토리를 듣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한다.

 

"너.. 너무 애틋해

너 진짜 안 됐어" 

 

자신을 애틋해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애뜻하게 느낄 줄 안다. 내 모습이 아무리 후져도 다른 사람을 위로할 줄 안다. 내 후진 모습을 감추고 가면을 쓰며 가리려고 애쓰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의 모든 모습을 받아들인다. 자신을 애뜻해하는 사람이 주는 저 위로가 나는 한없이 뜨겁게 느껴진다. 따스함이라는 단어로도 표현 못할 말이었다. 그것은 참 뜨거운 사랑이다. 마치 모든 차가움을 다 녹여버릴 것만 같다. 모든 가시들도 다 잘라낼 것만 같은 마음이다. 

 

드라마 속 남녀의 이 짧은 대화에서 나는 '애틋함'을 배웠다.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애틋할까도 생각해 봤다. 드라마의 제목 눈이 부시게 라는 말은 '스스로를 애틋하게 보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운 것은, 지금 이 순간 조금은 후져 보이고 용기 없는 나를 그래도 애틋하게 바라봐 주는 그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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