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또 강화될지 모르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그 단계에 순응하며 집순이처럼 지내던 내가 어느 날 창문 너머로 예쁜 구름과 아름다운 햇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내가 몇 개월째 느끼던 이 지독한 답답함을 뚫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자전거 타기'였다. 그냥 바퀴 두 개 달리면 자전거라고 생각했던 나.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자전거 모델을 찾아봤는데 '핸들 끝이 둥글게 말려진 자전거'가 날렵하고 멋있어 보였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게 말로만 듣던 '로드 자전거'였다.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들의 아이템. 가격이 지구를 넘어서 우주까지 날아갈 수도 있는 그런 자전거. 하지만 자전거 문외한이었던 나는 그저 둥근 핸들에 가격이 저렴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로드 자전거 흉내만 내서 가격을 다운시킨 자전거를, 거기에다 반품이 되어서 재포장으로 팔고 있는 것을 싼 맛에 주문했다.
미조립된 제품을 들고 자전거 샵에 가서 조립해달라고 사장님께 말했더니 '왜 이걸 굳이 타려고?' 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조립이 완성되고 처음 안장에 엉덩이를 올리고 페달을 밟는데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안 그래도 팔다리가 짧은 내가 로드 자전거를 흉내만 낸 이 엉성한 자전거를 어떻게든 타보려 했더니 손가락도 브레이크에 잘 안 닿고 아프고 일단 무섭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재밌다'였다. 하지만 다음 날 동네 주변에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무서움은 사라지고 해방감이 들면서 정말 정말 신이 났다. 문득 길을 가다 보면 도로 위에서 헬멧이랑 고글 끼고 무지개색 쫄쫄이를 입은 채로 자전거를 타며 가던 아줌마들 부대가 떠오르며 그들의 마음이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 자연스레 자전거 관련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중이다. 국토 종주를 한 라이딩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한다. 아직 나의 체력과 저 엉성한 자전거로는 몇 백 킬로미터씩 가는 게 무리겠지만 언젠가 나도 저렇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인생을 살아서 뭐하나 싶던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한 가지씩 배워보고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는 걸 보니 잘 살아가고 있나 보다. 뭐 어쨋든 이렇게 해서 나도 자전거의 세계로 발을 좀 들여본다. 하여 기념비적인 차원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을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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