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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물관/디지털 드로잉

겨울모자 [트루퍼 햇] 쓰고 돌아다니기

by 모먼트페인터 2021. 1. 23.

이 포스팅은 군밤 모자 2탄 포스팅입니다. 군밤 모자 1탄을 못 보신 분들은 1탄 포스팅을 보고 오시면 더 재밌어요~!

 

2021/01/22 - [그림 우림/아이패드 드로잉] - 군밤 모자(트루퍼 햇)로 겨울나기

 

군밤 모자(트루퍼 햇)로 겨울 나기

군밤 모자(=트루퍼 햇)가 뭔가요? '군밤 모자' 혹은 '군밤장수 모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방한용품 트루퍼햇은 '트래퍼 햇'이나'이어 플랩햇'이라는 럭셔리한 용어로도 알려져 있다. 다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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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밤 모자 1탄의 줄거리

나는 월동 준비 아이템으로 군밤 모자를 골랐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내 첫 번째 군밤 모자는 검정색상에 이마 쪽에 두터운 털이 붙어 있는 기모 군밤 모자였다. 정말 따뜻한 모자이긴 했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소련군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군밤 모자의 이름을 군밤스키라고 지어주었다. 그 후 디자인적인 면을 고려해서 골라본 군밤 모자는 귀달이 옆에는 공군 마크가 박힌 하늘색 항공 방한모였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에비에이터 햇이라고도 불렸다. 그렇게 주문한 모자를 택배로 받은 우림이는 모자를 머리에 쓰고 얼른 거울로 달려가는데......


 

택배로 배달 온 두 번째 군밤 모자는 인터넷 이미지로 본 이미지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모자가 정말 정말 정말 귀여웠다. 머리를 모자에 집어넣어보니까 들어간다.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설렘을 가득 안고 거울로 뛰어갔는데 거울 속에 너무 귀염 뽀짝 한 우림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뭐!! 내가 내 집에서 내 거울을 통해 내 눈으로 본 내 얼굴이야!)

 

귀염뽀짝 우림이 

 

이 군밤 모자는 귀 옆에 또 다른 작은 날개들이 달려있었다. 그래서 더 귀엽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군밤스키는 이마 쪽이 두터운 곰털(?) 같은 것으로 꽤 높이 솟아 있는 디자인이었는데 이번에 산 공군 방한모는 전반적으로 두께가 얇아서 머리에 찰싹 달라붙는 디자인이었다. 이마 쪽에 있는 털의 크기도 아담했다. 그러다 보니까 왠지 내 얼굴이 더 커진 느낌이 들었다. 귀여운 날개가 박혀있고 색상, 재질도 다 마음에 들긴 하는데 얼굴이 더 부각되는 느낌에 외출이 망설여졌다. '제가 얼굴이 큰데 군밤 모자가 어울릴까요?'라고 묻던 네이버 지식인의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둘다 똑같은 얼굴 맞다.

 

 그렇지만 소련군도 되어보았는데 얼굴 좀 도드라진 공군 소령은 못되보겠냐 싶은 마음으로 그냥 모자를 쓴 채 집을 나섰다. 처음 몇몇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나갈 때 좀 의식되었다. 그렇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법칙, '남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나서 나는 내가 귀여워하는 공군 방한모를 쓰고 날개를 단채 당당히 아침 걷기 5000보를 마쳤다. 그렇게 한번 해보니까 그다음부터는 군밤 모자만 계속 매일 쓰고 다녔다. 몇 주 째 군밤 모자를 쓰고 다니는데도 나는 군밤 모자를 쓴 사람을 진짜 아저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약간 머쓱해기도 하는데 그냥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자 쓰고 소련군도 되어보고 공군 소령도 되어서 거리를 활보한다.

 

한 번은 군밤스키 쓰고 밀크티 사 먹으러 들른 밀크티 카페의 50대 여사장님이 자기 연배랑 비슷한가 유심히 나를 살펴보는 걸 느낄 때가 있긴 했다. 사장님과 잠깐 나눈 대화를 보면  그걸 알 수 있다.

 

 

"코로나로 힘드시죠?"

"아휴, 말도 마세요. 여기 임대료도 장난 아닌데 그거 메꾸려면 못 살아요"

"에구 힘드시겠다"

"요 앞에 우리 아들도 옷장사하는 거 알지? (이 손님 저번에 내 아들 안부 묻던 손님 맞지?) 걔나 나나 임대료 때문에 힘들어해" (이때부터 편하게 반말)

"정부에서 지원 나오고 하지 않나요?"

"에구 그거 조금 나오는 걸로 어떻게 살아. 못살아요"

"고생 많이 하시네요"

"그래도 코로나 안 걸린 게 어디예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건강한 게 최고야 그지?"

 

'응? 우리? 유 앤 미?'

 

 

뭐 이런 대화였다. 내 나이 32살. 그래도 살면서 동안이란 말 많이 듣고 다녔는데 이 대화는 군밤스키와 노 메이크업의 합작품인 것 같다. 여하튼 가끔씩 이런 오해를 받은 것 빼면 군밤 모자 쓰고 다닐만하다.

 

 

사실 내 취향이 군인 스타일이랑 가까워서 군밤스키랑 공군 방한모를 골라서 그렇지, 군밤 모자 자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로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어서 대표적인 "겨울 모자"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아이템이다. 보온성이 정말 뛰어난 귀여운 군밤 모자. 날씨가 더더 추워지기 전에 하나씩 장만해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하며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해보길 바란다.  

 

다양한 스타일의 군밤 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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