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밤 모자(=트루퍼 햇)가 뭔가요?
'군밤 모자' 혹은 '군밤장수 모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방한용품 트루퍼햇은 '트래퍼 햇'이나'이어 플랩햇'이라는 럭셔리한 용어로도 알려져 있다. 다른 모자들과는 달리 귀와 목덜미를 따뜻하게 감쌀 수 있기 때문에 바람을 막아줘서 보온성이 아주 좋다. 단지 보온성이 뛰어난 것뿐만 아니라 코듀로이나 양털 등 여러 가지 소재로 출시되면서 군밤 모자가 다양한 스타일링 활용에도 추천되고 있다. 그래서 날씨가 추워져 월동 준비할 때 빠지면 정말 아쉬운 아이템이다. 한때 인스타그램에 수지가 군밤 모자를 쓰고 올린 사진으로 인해서 #수지 모자 #수지 군밤 모자의 검색어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는데 군밤 모자가 예뻤던 건지, 수지가 예뻤던 건지 하튼 군밤 모자를 쓴 수지는 예뻤다.
(자, 정신 차리고 수지한테서 돌아와서 포스팅을 계속 해 얼른)
근데 군밤 모자 좀... 부담스러워요.
사실 내 얼굴이 수지라면 군밤 모자를 쓰든, 아니 모자 자체를 쓰든 벗든, 아니 심지어 머리가 짧든, 길든, 밀든(?) 다 괜찮겠지만, 보통 캡 모자를 쓸 때보다는 군밤 모자를 쓸 때 주변 의식을 더 하게 되는 건 분명 있다. 네이버에 군밤 모자를 검색해보니 지식인들의 대부분의 질문들이 이런 질문들이었다.
군밤 모자가 귀엽긴한데 쓰면 진짜 '군밤장수'같아요. 이 모자와 어울리는 코디 좀 알려주세요
군밤 모자 남자가 쓰면 이상할라나요?
봄 야상 같은 거에 장갑 끼고 군밤 모자쓰면 이상할까요?
요즘 군밤 모자 너무이뻐 보이는데 사람들이 잘 안 쓰고 다니나요?
제가 얼굴이 좀 크다는데 얼굴이 크면 군밤 모자 안 어울릴까요?
심지어, 제가 성형을 안 해서 그냥 그 상태로 군밤 모자 쓰면 이상한데 어떤 성형이 어울리나요? 성형외과 추천 좀 해주세요.라는 질문도 있었다. 모자를 쓰기 위해서 성형을 고려한다니. 수많은 사람들이 군밤 모자를 귀여워하고 예뻐해서 쓰고 싶긴 하지만 착용을 많이 주저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어느 누구 못지않게 남을 무척이나 의식하고 소심한 사람이지만, 최근 나는 군밤 모자를 매일같이 당당하게 쓰며 이 겨울을 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여러분들에게 우림이의 군밤모자 겨울나기 스토리를 공개하겠다.
우림이의 군밤 모자를 소개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항상 외출할 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세상이 되니까 화장도 옷 코디도 다 귀찮아졌다. 얼굴 꾸며서 뭐해 어차피 다 가려질걸. 얼굴도 안 꾸미는데 옷은 뭐하러 예쁘게 걸쳐 그냥 레깅스 입고 패딩 하나 걸치면 끝이지 뭐. 어디 카페라도 들어가서 몇 시간 앉아있어야 패딩을 벗기라도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카페도 다 테이크 아웃만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사실 뭐 꾸미고 밖으로 나가는 게 다 귀찮다. 귀찮아지니까 더 모자를 찾게 된다. 그 이유는 마스크로 안 가려지는 남은 얼굴과 헤어까지 다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독한 귀찮음)
평소에 그냥 캡 모자를 쓰고 다니는데 날씨가 추워지니까 귀랑 볼때기가 너무 시렸다. 그래서 찾아본 것이 귀도리였는데 그러다 군밤 모자까지 검색하게 된 것이었다. '후끈후끈 뜨거운 군밤 모자'라는 썸네일을 클릭해서 군밤 모자를 살펴봤는데 색상은 검은색이라 무난하고 기모가 들어가 있어서 꽤 따뜻해 보였다. 게다가 마스크까지 함께 세트로 달려 있어서 더 볼 것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까만 군밤 모자가 배달되었다. 설렘을 가득 안고 택배 상자를 뜯었더니 썸네일 이미지랑은 약간 차이가 있는 부분들(색감, 재질)이 있었으나 가성비가 좋은 녀석이 내게 온 것이라고 스스로 안심시키며 조심스레 머리를 모자 속으로 넣어보았다. 다행히 내 머리가 들어간다. 신나서 모자를 쓴 채 거울로 뛰어갔다. 군밤 모자를 쓴 수지 비슷한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거울에는 러시아 소련군 군밤 스키가 있었다.
그래도 한동안 군밤 스키를 잘 쓰고 다녔다. 그 위에 패딩 후드를 뒤집어써서 녀석을 가리긴 했지만. 밖에 지나가는 사람 중에 군밤 모자를 쓴 사람들을 단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심한 나는 함부로 군밤스키를 외부에 노출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보온성이 너무 뛰어난 녀석이기에 안 쓰고 다닐 수는 없었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5000보 걷기 운동을 몇 주째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따뜻한 군밤스키가 절실했다. 그래서 그냥 군밤스키 위에 패딩 후드를 푹 눌러쓰고 한동안 아침 운동을 했다.
그런데 너무 따뜻해서일까 군밤스키 위에 패딩 후드까지 쓰니까 너무 몸이 둔해지고 더워져서 걷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참다 참다가 어차피 우리 집 주변에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이민 온 고려인들 많이 모여 사니까 나도 그냥 그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 어느 날 과감하게 패딩 후드를 벗어젖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보는 것 같아도 군밤스키를 쓴 채 당당히 걸었다. 그리고 패딩 후드 가드가 사라진 군밤스키는 보온성은 여전히 유지한 채 쾌적하고 편안한 아침 운동을 제공했다.
군밤 모자를 자유롭게 쓰기 시작한 나는 이제 디자인적인 면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너무 소련군 같아서 사람들이 나를 멀리하진 않을까 괜한 우려로 인해 좀 더 스타일리시하고 귀여워 보이는 이미지의 군밤 모자를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나의 두 번째 군밤 모자는 귀달이 쪽에 공군 마크가 박혀있는 파란색의 공군 방한모였다. (이쯤 되면 내 취향이 군인, 밀덕인 것이 정말 맞았던 걸까? 이전에 올린 그림들을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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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군밤 모자가 택배로 배달되었다!! 나는 택배 상자를 뜯어버리고 군밤 모자를 꺼내서 얼른 머리에 써보았다. 다행히 머리가 사이즈에 맞아서 잘 들어간다. 그리고 설레는 가슴을 끌어안은 채 모자를 쓰고 거울로 달려갔다. 제발 소련군은 아니길 빌며 뛰어갔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우림이의 모습은.....
군밤 모자 2탄에서 공개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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