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악몽을 자주 꾼다. 귀신이 나오거나 유령에게 쫓기는 그런 악몽이 아니다. 너무나 평범하며 현실적이고 생생해서 더 지옥 같고 무서운 악몽이다. 이를테면 내게 실제로 상처 주었던 사람이 꿈에 나타나 좀 더 깊은 상처로 나를 와장창 박살 내는 것 등이다. 나는 꿈에서 그에게 기가 눌려버리거나 아니면 화를 내는데 그렇다 해도 그는 나를 냉정하게 쳐다보며 아랑곳 않는다. 그런 악몽은 깨고 나서도 마음이 힘들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요즘 그런 악몽을 자주 꾸는 것이다. 딱히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는 것 같아서 더 답답하다. 어느날 자다가 악몽을 꾸고 새벽 4시에 깨서 숨을 고르며 유튜브를 켰다.
“악몽 안 꾸는 법”
검색했더니 처음부터 왠 무당의 영상이 나온다. 무당 얼굴이 더 무섭다. 이건 아니지 싶어 좀 더 찾아보니 악몽을 안 꾸는 방법을 소개하는 여러 영상들이 나온다. 이것저것 영상을 찾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또 악몽을 꾸었다. 어쩌면 나는 악몽을 꿀 준비를 하고 잠을 자는 건 아닌가 싶었다.
생각해보니 기분 나쁜 꿈이든 기분 좋은 꿈이든 꿈은 꿈이다. 내가 가진 정보들을 가지고 뇌가 요리조리 퍼즐을 맞추며 노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 뇌가 은근 멍청해서 기억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시험 벼락치기하고 나서 다 까먹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악몽을 너무 힘들어하는 것은 그만큼 그것을 곱씹고 되뇌여보고 왜 그럴까 생각하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그 감정까지 꾹꾹 누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뇌에 더 선명하게 자국이 남아서 다음에 꾸고 꾸고 떠 꾸는 걸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냥 이것도 꿈의 한 종류이고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꾸는게 당연한 거라면 그냥 ‘에이 오늘 기분 나쁠 일 다 풀었다. 이제 기분 좋은 일만 있겠지’하고 탈탈 털어버리면 어떨까. 그냥 뇌의 장난일 뿐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때즘 오늘 아침 새벽 나는 악몽을 꾸고 나서 달달한 초콜릿 우유를 먹으며 그림을 그렸다. 좋아하는 드라마도 옆에 틀어놨다. 귀로는 드라마를 들으며 눈과 손으로는 그림을 그렸다. 아무 생각 안 들게 하는 딱 좋은 환경이다. 그리고 악몽의 기억은 흐려지고 대신 그림 작품이 하나 완성되었다. 그렇게 힘들기만 할뻔한 시간을 수월하게 넘겼다.
악몽도 그저 ‘몽’일 뿐이다. 내가 ‘악’만 기억하고 곱씹게 되면 힘들기만 하다. 나는 ‘몽’에서 깨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가볍게 그 시간들을 넘기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다.
'그림 박물관 > 디지털 드로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 맥스 (0) | 2022.06.14 |
---|---|
처음으로 가방 브랜드 로고를 디자인하기 (6) | 2021.06.09 |
사랑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9) | 2021.05.13 |
아이스크림 쿠폰 만들기 (4) | 2021.05.04 |
겨울모자 [트루퍼 햇] 쓰고 돌아다니기 (22) | 2021.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