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포스터 칼라 물감을 또 꺼내 들었다.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물감들이 섞일 때 나타나는 색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아쉬웠던 부분은 '붓'이었다. 붓이 그게 그거지라는 마음으로 제법 싼 붓을 썼는데 자꾸 붓모가 빠져서 힘들었다. 가위로 삐져나온 붓의 털(?)들을 잘라내고 다시 물을 묻혔다가 쓰려고 하면 또 털이 빠졌다. 싸다고 무조건 사지 말고, 비용을 제대로 써야 할 곳에는 제대로 써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실패한 그림이란 없다. 그저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림을 그리고 완성만 한다면 그것은 무조건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을 블로그를 통해서 배웠다. 이번에 그린 그림은 한 남자가 두 손을 모으고 한 곳을 응시하는 사진을 보면서 그린 그림이었는데, 손가락의 모양을 굳이 자세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 덩어리로 칠해도 손이라는 것은 다 알 수 있고 이 또한 괜찮은 그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다. 붓끝에서 나오는 색들의 조화가 내 생각만큼 자유롭지 않았다. 시간도 제법 걸렸다. 그렇지만 이것도 그냥 하나의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끝까지 마무리를 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내 사고가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진짜 그림 그리기는 사람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걸까?
완벽한 것을 추구하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미리 지쳐버리던 나인데, 그림을 그리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자꾸 하게 된다. 정말 그렇다. 조금 색이 달라도 되고 형태가 찌그러져도 괜찮다. 똑같이 그려내지 않아도 된다.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가서 마지막 점을 딱 찍었을 때 작품은 완성된다. 그걸 굳게 믿고 하나씩 차근차근해나가면 된다.
생각보다 그림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들은 참 많다. 작은 것이라도 한번 그려본다면 누구나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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